멈춤과 바라봄
설교 요약
우리는 왜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는가?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는 재촉 속에서 정작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더 나은 생활을 얻으려 달리는 동안, 곁에 있는 생명의 아픔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멈추면 뒤처질 것 같은 세상에서 예수님은 전혀 다른 길을 보여주신다. 멈춤은 시간을 잃는 일이 아니라, 잊고 있던 사랑의 자리를 되찾는 일이다. 죽어가는 야이로의 딸을 향해 가시던 예수님이 발걸음을 멈추신다. 열두 해 동안 혈루증을 앓던 여인이 그분의 옷자락에 손을 댔기 때문이다. 병은 이미 나았지만, 예수님은 그대로 지나가지 않으신다. 여인을 바라보시고, 오랜 세월 가슴에 쌓인 아픔을 이야기하게 하신다. 몸의 회복에서 그치지 않고 마음의 상처까지 어루만지시는 사랑, 그것이 주님의 치유다. 사람들 틈에 묻혀 있던 여인은 이제 “딸아”라는 부르심 안에서 평안을 얻는다. 그 여인의 믿음은 칠흑 같은 바다에서 침몰하던 작은 배가 쏘아 올린 조명탄과 같다. 밀려드는 물을 퍼낼 힘마저 잃은 선원들에게 멀리 보이는 큰 배의 불빛은 마지막 희망이다. 작은 조명탄이 밤하늘을 가르면, 그 신호를 본 배가 다가온다. 믿음은 스스로를 구원할 능력이 아니라, 구원하시는 분을 향해 보내는 간절한 응답이다. “주님, 여기 제가 있습니다.” 옷자락을 붙드는 작은 손길에도 주님은 응답하신다. 그러나 내 계획과 기대에 마음을 빼앗기면 눈앞의 기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원하는 미래에 대한 집착과 지나간 상처에 붙들린 시선을 지금 여기로 돌려야 한다. 오늘은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가까운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자. 안부를 묻고, 답을 재촉하지 말고, 마음에 담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자. 누군가의 아픔에 귀를 내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치유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안식의 멈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생명을 돌아보는 초대다. 주님께서 외로운 사람 앞에 멈추셨듯, 우리도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한 사람 앞에 머물 수 있다. 멈춤이 있어야 바라봄이 있고, 바라봄이 있어야 돌봄이 있다. 더 좋은 생활만을 좇던 자리에서 생명을 살리는 자리로 나아가자. 우리의 작은 멈춤이 누군가에게는 주님의 사랑을 만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핵심 포인트
- 멈춤이 있어야 바라봄이 있고, 바라봄이 있어야 생명을 향한 돌봄이 시작된다.
- 예수님의 사랑은 몸의 질병을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한다.
- 믿음은 스스로를 구원하는 힘이 아니라 구원하시는 주님께 보내는 간절한 응답이다.
- 내가 그려놓은 미래와 지나간 과거에 붙들리면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은혜를 놓칠 수 있다.
- 누군가의 아픔을 끝까지 들어주는 경청은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치유의 섬김이다.
- 안식의 멈춤을 통해 성과 중심의 생활에서 생명을 돌보는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